여행 나흘째,역시 흐리고 가는 비가 내렸다. 어제 늦게 들어와 이것저것 정리하느라 늦게 잔 탓에 오늘 아침은 상당히 피곤했다. 나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가 피곤해 보였다. 적응이 되려면 앞으로도 몇 일이 더 필요할 듯 하다. 아무리 피곤해도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다른 때보다도 더 일찍 일어나 아침을 먹고 그랜드 텐톤 내셔널 파크를 가기 위해 옐로우스톤 서쪽 입구로 들어갔다.
어제 다녔던 길을 다시 돌아야 하는 좀 따분한 일정이고 시간을 많이 뺏기는 코스지만 사진으로만 보던 공원의 풍경을 직접 눈으로 본다는 설레 임에 비가 오는 게 마음에 걸리지만 기꺼운 마음으로 출발했다.
기름을 넣고 와야 하는걸 깜박 잊고 들어와 와이프가 걱정이 태산이다.
미국을 여행 시 가장 주의해야 할 일 중에 하나가 차에 기름을 항상 가득 넣고 다니는 것이다. 도시 주변에는 자주 있지만 외곽으로 나가면 몇 시간을 달려도 주유소 한번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 가족도 몇 번의 여행을 하면서 여러 번 겪었던 고충이었다. 어제 돌아다니다가 관심을 갖지않아서 그런지 주유소를 보지 못했던 게 조금은 걱정 되었지만 국립공원 안이라 크게 불안하지는 않았다.
와이프 한 테는 얼마든지 주유소 있는데 까지 갈 수 있다고 장담을 했다. 그러나 속으론 조금 불안했던 게 사실이다. 기름이 거의 바닥을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얼마 가지 않아 주유소가 나왔다. 거기서 기름을 보충하고 약간에 간식을 챙긴 후 다시 목적지로 출발했다.
여기서 또 한가지 미국 국립공원 안에는 별다른 식사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요세미트 국립공원이나 지금 있는 옐로우스톤 같이 규모가 큰 공원 같은 경우는 그래도 조금 낳은 편이지만 대부분의 공원 안에는 아무런 시설이 없어 준비 없이 들어갔다가는 굶기 딱 좋다. 이런 경우 우리나라의 관광지가 가끔 그리울 때가 있다.
사우스 엔테렌스를 나와 얼마 가지 않아 그랜드 텐톤Grand Teton) 공원 입구가 나왔다. 공원 입구에 비지터 센터(Visitor Center)가 있어 그곳에 들어가 공원 지도를 얻어 다시 출발했다. 별도의 매표소가 보이진 않았다. 옐로우 스톤 입장료와 함께 포함 되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이 공원은 일년 중 6월부터 9월 까지 4개월만 오픈 한다. 늦 가을부터 늦봄 까지도 많은 눈으로 일반인의 통행이 불가능 하기 때문이란다.
공원 지도를 보고 남쪽으로 내려가서 원형으로 돌아 올라오는 코스를 잡았다. 안내 책자를 보니 총 길이 25마일 예정시간 2시간 정도란다. 그러나 아침에 출발할 때부터 걱정 했던 날씨가 여전히 좋지가 않다. 비가 오락가락 하다 굵은 비로 변하기도 하고 짙게 내려앉은 안개가 시야를 가린다. 또한 낮게 깔린 구름은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을 반 이상은 감춰 버렸다. 이럴 때 마다 시간에 쫓기는 촬영에 회의를 느낀다. 몇 날이고 눌러 앉아서 원하는 날씨에 원하는 광선으로 촬영을 해야 하는게 정석 인데 워낙 거리도 멀고 사람 욕심이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봐야겠다는 생각에 항상 급한 마음을 먹게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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