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맨하탄 들어오는 다리를 건너는 데도 돈을 받았다. 4불이다. (2003년 가격) 그런데 돈을 받는 사람들이 경찰들이다. 좀 이상했다. 모든 게 돈인 것도 그랬지만 돈을 받는 사람이 경찰인 것도 자연스럽지 않았다. 그전에는 어땐는지 몰라도 내 생각에 아마 9,11 테러 이후로 다리 경비도 생겼고, 경찰이 근무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호텔에 짐을 옮기고 오랜만에 맛있는 한국 음식을 먹으려고 호텔 밖으로 나왔다. 길거리 분위기가 마치 서울의 한 부분을 옮겨 놓은 듯하다. 없는 게 없다. LA 한인타운도 잠깐 다녀왔지만 뉴욕의 한인타운은 서울의 강남 같았다. 지나는 사람 대부분이 한국 사람들이다. 들리는 말 대부분이 한국말이다.
건물에 걸린 간판 또한 대부분이 한글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나는 사람 거의가 젊은 사람들이다. 유학생이나 이곳 교민 학생들이겠지만 거리가 젊어 보인다. 한국 슈퍼에 가도 음식점에 가도 서 빙하는 사람이나 카운터에 있는 사람이 모두 젊은 친구들이다. 예지가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 젊다고 워싱턴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 아줌마 아저씨인데 좀 색다르다고 말을 한다. 정말이지 다들 젊고 생동감이 넘친다. 보기가 좋았다. 열심히 살고 있는 모습들이 너무 좋아 보였다.
열흘 동안 고생을 해서인지 우리 가족들의 행색이 가장 초라했다. 한마디로 서울에 처음 올라온 시골사람 같았다. 아이들은 그래도 도시가 좋은가 보다.
예지는 며칠 전부터 뉴욕에 가면 갈비를 사달라고 했다. 호텔 앞에 있는 한 식당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꽤 많았다. 정신이 없다. 정말 서울에 음식점 같았다. 아이들도 잘 먹고 모두 잘 먹었다. 다소 비싼 감은 있었지만 오랜만에 포식을 했다.
저녁 늦은 시간인데도 도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간다. 생각했던 것만큼 위험하진 않은 것 같았다. 주변을 잠깐 들러 보고 호텔로 들어왔다. 이곳에 숙소를 정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오기 전 내가 너무 앞서 고민을 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저녁 먹은 표를 하나씩 내기 시작했다. 화장실에 들랑거린다. 오랜만에 기름진 것을 먹어서 그런 것 같다.
내일은 지하철과 도보로 뉴욕을 보기로 했다. 시간도 빠듯하고 오래 지체하다간 여행경비를 이곳에서 전부를 쓸 것 같아 3박 4일 짧은 일정으로 결정을 했다.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만나 보리라 작정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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