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로 들어가 잠깐 짐 정리를 한 후 다시 나와 엠 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으로 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숙소 바로 옆이었다. 이런 줄 알았다면 도착한 날 저녁에 왔으면 시간도 절약되고 좋았을걸 하는 생각을 했다. 건물 입구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었다.
티켓을 구입한 후 엘리베이터를 타기까지 건물 내에서 한참을 돌았다. 물론 여기도 소지품 검사를 한다. 그러나 자유 여신상 가는 배를 탈 때처럼 심하진 않았다. 들어가기 전에 물어보지도 않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나올 때 사진들을 죽 걸어놓고 사 가라고 한다. 죽이는 장사 속이다. 자기가 찍혔는데 사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사이즈는 5x7정도인데 15불 이란다. 세상에! 우리 가족은 그냥 나왔다. (요즘 우리나라도 이런 경우가 많은것 같다)
86층까지 가는데 처음 엘리베이터는 80층까지 가고 다시 내려서 건물 내부를 빙빙 돌아서 탄 엘리베이터가 나머지 6층을 더 올라 총 86층까지 올라간다. 이 빌딩의 전망대는 86층과 102층 두 곳에 있는 것으로 아는데 86층까지만 공개하는 것으로 봐서 이것도 911 테러의 영향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무튼 911 테러 이후에 너무 많은 것들이 변하고 있다. 전망대의 시설은 시애틀에 있는 스페이스 니들보다 못하다. 사방으로 뉴욕을 볼 수 있다는 것 외엔 별다른 게 없다. 생각보단 높아 보이질 않는다. 너무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올려 보내 좁은 통로가 복잡하고 정신이 없다. 사람을 비집고 들어가서 봐야 겨우 볼 수 있었다.
높은 데서 보는 이들 건물에 옥상들은 하나같이 깨끗하다.
엠 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나와 뉴욕의 또 다른 명소인 다리미 빌딩(Flatiron Building)으로 가서 사진을 찍었다. 이 빌딩의 위치가 어딘지 정확히 몰라 갈까 말까 망설였는데 엠 파이어 빌딩 전망대에서 보니 그곳도 우리가 묶고 있는 호텔 바로 근처에 있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걸 확인한 후 그곳까지 가게 되었다.
다리미 빌딩은 1902년 완공된 21층의 높이 91m의 빌딩이다. 그 당시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빌딩이라는데 삼각형 부지에 짓다 보니 건물의 외관이 다리미 형태를 띠어 다리미 빌딩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졌다고 한다.
특히 이 다리미 빌딩은 사진 하는 사람들에겐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는 곳으로 유명하다. 사진대가들의 사진에 많이 등장하는 빌딩이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만두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적당한 양과 깊이 있는 맛, 정말이지 안 된 말이지만 시애틀 타코마에 있는 식당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아이들도 배가 고팠는지 양껏 다 먹었다. 다들 얼굴들이 벌게 져 있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얼음을 사려고 한인마켓에 들렸다. 없다. 우리가 머무는 호텔엔 아이스 머신 이 없어 아이스 박스에 얼음 넣으려고 가게마다 들렸지만 이곳에선 어름을 파는 곳이 없다. 다운타운에서는 원래 팔지 않는 건지 모르겠지만 몇 군데를 돌아다니다가 결국 구하지 못하고 호텔로 들어갔다. 호텔 방안에 냉장고는 있었지만 김치를 넣어두면 냄새가 오랫동안 배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까 바 넣지 않고 있었다.
남들에게 피해 주는걸 집사람은 제일 싫어한다. 자기가 손해를 봐도 절대 남에겐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하는 마음이 너무 심해 답답할 때도 많다. 할 수 없이 그냥 두기로 했다. 호텔방에 에어컨이 하루 종일 켜져 있어 로체스터에서 넣은 얼음이 아직도 녹지 않고 조금 남아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뉴욕을 나가면서 사기로 했다. 엄청나게 뜨거운 날이었는데 오늘따라 선 크림을 바르지 않고 나갔다. 집사람은 어깨가 빨갛게 익어 있었다. 예지, 도희 그리고 나도 얼굴이 벌게져 있다. 정말 유익하고도 힘든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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