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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yeijiusa

미국 횡단 일주기 59- 뉴욕 여행을 마치며



박물관이 너무 넓어 예정된 시간을 훨씬 초과했다. 바가지요금이 극성이다. 뉴욕은 전부 돈이다. 어디 한 번 보려고 해도 돈이 들어간다. 박물관내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서 점심을 먹는데 금액이 일반 시중가에 배가 넘는 듯했다. 음료수도 리필(Refill)이 안 된다. 아무튼 대단한 도시다.


대충 훑어보고 나오는 데도 세 시간이 넘었다. 다시 길을 걸어 센트럴 파크를 횡단해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을 본 후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갔다.



구겐하임 미술관 외에는 모두 검문을 했다. 소지품 검사 후에 입장을 시킨다. 그러고 보니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모든 장소는 다 검문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긴장감 속에서 매일 어떻게 살아갈지 조금은 걱정도 되었다.


뉴욕의 거리에는 거리에서 사진을 파는 친구들이 많았다. 특히 911 테러 때의 사진이나 복구하는 모습 등을 담은 사진과 무역센터 건물이 있었을 때의 사진 등이 많이 걸려 있다.


센트럴 파크 주변에 있다고 해서 마지막 코스로 찾아간 국제사진센터는 이사를 가고 없었다. 한참을 걸어왔는데 정말 죽을 맛이었다. 이곳에 오기 전 인터넷으로 주문한 뉴욕 관광안내 도를 들고 왔는데 그게 틀린 것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가 묻고 있는 숙소 바로 근처로 이전해 있었다. 이틀 동안 걸으면서 뉴욕의 여러 면을 보았다. 뉴욕의 진솔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아주 소중한 시간이었다. 아직도 돌아봐야 할 곳이 많았지만 시간이 너무 지체되고 애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지쳐서 나머지 일정은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호텔까지 스트레이트로 가는 지하철역을 찾아 한참을 걸은 후 티켓을 사기 위해 기계 앞에 섰는데 모든 기계마다 말썽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표가 다 떨어져 작동이 정지된 것이었다. 이곳저곳으로 옮기다 다른 매표기 앞으로 가서 표를 구입하려고 하는데 어느 젊은 친구가 다가와서 자기한테 표가 세 장 있으니 자기 것을 사라고 한다. 그 말을 듣자마자 아이들은 사지 말라고 난리다. 속이는 거라고. 지하도 안은 후텁지근했다.


덥기도 하고 짜증도 나고 설마 얼마 안 되는 돈 때문에 속일까라는 생각에 집사람한테 표 확인해 보고 구입하라고 했다. 그런데 잠시 후 아까 그 친구와 집사람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한 장만 유효한 표고 나머지는 사용할 수 없는 표를 들고 우리에게 팔려고 했던 것이었다.


기가 막혔다. 표 한 장에 2불인데 4불 때문에 사람을 우습게 만들었다. 결국 그 친구는 사용 가능한 표한 장 값만 받고 여의치 않은지 도망치듯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 아이들이 나보다 세상을 더 잘 아는 것 같아 기분이 많이 씁쓸했다.


처음으로 뉴욕이란 곳이 이런 곳이 구나 하는 생각을 그 철없는 친구가 느끼게 해 주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표를 사려고 허둥대는 모습을 보고 접근했다는 생각이 들어 쓴웃음이 나왔다. 아침엔 경찰관이 길을 잘못 가르쳐 주어 헤맸는데 저녁에는 피라미 사기꾼이 우리를 슬프게 했다.


퇴근 시간이라 지하철에는 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렸다. 서울에서 보듯 이들도 하나같이 웃는 얼굴이 없다. 도시 생활이란 게 다 그런가 보다. 무표정한 얼굴로 타고 내리는 사람들이 마치 공장에서 자동으로 생산되어 나오는 물건처럼 보였다.


로버트 프랭크의 미국인이나 월리암 클라인의 뉴욕 속에 나오는 사진의 얼굴들이 오늘 내가 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듯하다.


짧은 일정이었다. 말이 3박 4일이지 실제로는 이틀을 머문 것이다. 이틀 동안 뉴욕을 다 본다는 건 불가능했다. 중요한 것만 본다고 해도 꽤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았다. 다른 건 못 보더라도 뉴욕현대미술관만은 꼭 보고 가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그것마저 보지 못하고 말았다. 그러나 더 많은 소중한 것을 보고 느꼈다. 우리 가족에겐 아주 중요한 경험을 한 유익한 시간이었다.


그 후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뉴욕에 자주 가게 되었다. 갈 때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나를 반겨준다. 세계의 경제, 문화, 예술이 총집합된 곳이라 그런지 볼거리도 많고 사람도 많고 느끼는 것도 많게 해주는 곳이 뉴욕이 아닌가 생각한다. 누구의 말처럼 뉴욕을 보지 않고 미국을 말하지 말라고 했던 것이 실감 나는 곳이 뉴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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