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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yeijiusa

미국 횡단 일주기 63- 워싱톤 디시(Washington DC) 가는길 II



고속도로로 접어들어 워싱턴 DC 방향으로 달리는데 델라워에 주쯤에 오자 엄청나게 많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비가 내려 운전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오늘 일정은 망쳤구나 하면서 계속 달리는데 워싱턴 DC 근방에 오자 빗줄기가 잦아들기 시작한다. 아무튼 이쪽 동부는 한국과 비슷한 기후조건을 가진 듯했다. 그나마 뉴욕에 있을 때 비가 안온 게 다행이었다고 생각했다.


오늘도 변함없이 고속도로마다 주경계를 넘을 때 돈을 받는다. 정말 지겹다.

에어컨 바람을 많이 받아서 그런가 머리가 아파 오기 시작했다. 에어컨을 끄면 차 안이 더워지고 키자니 머리가 아프고, 오늘은 이래저래 컨디션이 엉망이다.


그러다 갑자기 삼각대 생각이 났다. 주차장 벽에 기대 놓은 것 뒤로는 생각이 나질 않았다. 차에 싣지 않은 것 같았다. 가슴이 철렁했다. 아까 주유소에서 아이스 박스에 얼음을 넣을 때도 삼각대를 본 기억이 나질 않았다. 고속도로 휴게소로 급히 들어가 트렁크를 열어보니 역시 없었다. 아이고 큰일이다. 촬영도 촬영이지만 평소에 아끼던 장비라 속이 많이 상했다. 집사람이 호텔로 전화를 했다. 주차장으로 전화해서 통화한 다음 자기들에게 알려 달란다. 예지가 주차장으로 통화를 했다. 매니저가 없다고 20분 후에 다시 하란다. 초조하게 기다리다 다시 했더니 자기들이 가지고 있단다. 천만다행이었다. 찾아주었으니 뭘 줄 거냐고 했다고 예지가 나쁜 사람들이라고 화를 낸다. 우린 농담한 거라고 했지만 진심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다행이었다. 다시 호텔 프런트에 전화해서 찾아서 보관 좀 해달라고 하고 처남 친구 분한테 전화를 해서 찾아서 가지고 계셨으면 하는 부탁을 드렸다. 그런데 뉴욕에 다시 올 리도 없는데 걱정이다. 언제나 찾을지.


다행히 잊어버리진 않았지만 기분이 영 말이 아니다. 쓸데없이 서두른 게 말썽이었다.

잊어버릴까 봐 예지 쪽으로 옮겨 놓기까지 했는데 마지막에 빠뜨리고 말았다.


델라웨어 주를 넘어 매이랜드 주로 들어섰다. 델라웨어는 작은 주지만 들어가는 입구는 상당히 깨끗했다. 동부에 있는 주들은 서부에 있는 주들과는 달리 주마다 별다른 특색이 없어 보였다. 나지막한 산들에 가끔 나무들이 보였고, 구불구불한 길 등 크게 내세울 만한 풍경은 아니었다.


메릴랜드도 마찬가지였다. 워싱턴 DC는 북으론 메릴랜드 주와 남으론 버지니아 주 중간에 위치했다. 워싱턴 DC에 가기 전 여러 사람들이 그곳은 흑인들이 많이 살아 위험하니 될 수 있으면 빨리 빠져나가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그런지 괜히 걱정이 되었다. 날씨도 우중충한 게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다소 불안한 마음으로 워싱턴 DC 가까이 들어갔다. 워싱턴 DC가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에 색이 검어지기 시작하더니 얼마 안 가서 주변이 온통 흑인들만 보였다. 도로 주변에 집들은 오래는 되었지만 그리 낡아 보이진 않았다.

거리도 비교적 깨끗한 편이었다. 단지 흑인들이 많다는 것 말고는 별달리 달라진 건 없었다. 그러나 솔직히 약간 불안하긴 했다. 신호등에 걸려 서 있을 땐 나도 몰래 차문을 잠갔다.


내가 있는 워싱턴 주에서도 흑인들이 많은 사는 지역을 우리 교민들은 위험지역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미국 와서 처음 2년 동안 교민들이 좋지 않다는 지역에서 살았다. 애들 또한 그런 지역의 학교에 보냈다. 도희는 지금도 그곳의 학교를 다닌다. 한국 사람들이 싫어하는 지역이다 보니 학교에는 한국아이가 도희 말고 같은 반 친구 한 명 그렇게 해서 두 명 밖에 없다.


2년 살고 집을 이사하게 되어서 학교를 옮겨야 했지만 도희가 그냥 다니고 싶다고 해서 아직도 그곳 학교로 보내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아무 일이 없었다. 그 동네에 살 때도 그렇고 같은 아파트 사람들도 다들 상냥하고 친절했다. 어찌 보면 우리들이나 백인들보다도 더 순수하고 착한 사람들이다. 이렇게 말은 하면서 흑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 왠지 가기 싫은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잘못된 선입견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솔직히 그들 나름대로 사회에 대한 불만과 지난 역사에 대한 감정이 상당히 남아 있지 않나 하는 생 각을 해본다.


여러 복합적인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들은 다른 사람 눈에 거슬리는 행동과 위험한 행동을 하는 흑인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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