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살다 보니 오랜 시간 짬내기가 쉽지가 않다. 그러다 기회가 생겼다. 동생이 부모님을 봐준다는 연락이 왔다. 그래서 앞뒤 생각하지 않고 순천으로 결정했다. 오래전 장승 찾아 전국을 돌아다닐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이 순천이다. 거기다 순천에 있는 낙안읍성을 제대로 본기억이 없어 꼭 가보 싶었던 곳이다.
일정은 3박 4일이다. 생각보다 긴 시간이다. 순천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느니 순천 주변을 돌아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첫 번째 방문지로 선암사를 선택했다.
한 달 전에 잡은 일정이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다. 장기예보로 3박 4일 기간 동안 날씨가 영 좋지가 않다. 그래서 잠깐 망설였다. 그러다 바로 결정했다. 그냥 진행하기로
비 오는 것을 기정사실로 하고 만반에 준비를 했다.
흐리거나 비 오는 것이 사진적 분위기가 더 어울릴 듯하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사람도 좋은 날씨보다는 적을 것 같아 결정에 망설임이 없었다.
오픈시간이 아침 7시다. 일찍 움직였다. 숙소에서 30여분 걸리는 길이다. 7시 조금 넘어 도착했다. 예보되로 비가 내린다. 그것도 양이 많다. 예상대로 주차장이 한가하다. 시간도 이르고 비도 오고 하니 당연한 듯 생각했다. 준비한 우비를 걸치고 나름 만반에 준비를 하고 출발했다. 2 주차장에 세우면 걷는 게 줄어든다는 내용도 보았지만 가는 길이 좋을듯해서 1 주차장에 세우고 출발한다.
예상대로 걷는 길이 좋았다. 비포장이지만 잘 닦여진 고른 길이다. 길도 거의 평지에 가까운 완만한 길이다. 4월 말이다. 신록이 완연하다. 비를 맞아 그런가 색이 더욱 진해 보인다.
조금 올라가니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가 깊어진다. 선암사에 대표 명물인 승일교가 보인다. 사적으로 지정된 다리다. 사진 찍는 많은 사람들이 계곡 아래로 내려가 다리 사이로 보이는 강성루를 넣어 찍는다는 촬영 명소다. 남들이 다 찍는 사진. 이런 사진은 생각 좀 하고 찍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승일교만 찍고 계속 걷는다.
사월초파일이 얼마 남지 않아 그런가 강성루를 지나니 가는 길 좌우로 연등이 걸려있다. 이른 시간이지만 올라가는 사람도 내려오는 사람도 생각보단 많다.
사찰은 자주 다녀 보지 않았다. 그래도 사진 촬영을 하다 주변에 있는 사찰은 몇 번 방문한 적은 있다. 한마디로 사찰에 대한 정보는 미약한 편이다.
선암사는 태고종 본산이라고 들었다. 일주문이 조계종 사찰과 많이 달랐다. 나는 일주문이란 생각도 못하고 그냥 지나쳤다. 나중에 보니 그 지나친 문이 일주문이란다.
사찰안에는 많은 연등과 화려한 봄꽃이 만개해 비 오는 사찰을 더욱 빛내주는 듯했다. 사찰 경내를 걷다 보니 오래된 작은 읍성을 걷는듯한 아주 포근하고 친근한 느낌을 받는 곳이다. 그 많은 비를 맞으며 걷다 보니 사찰에 규모가 크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 많은 비를 맞으며 꽃 아래서 사진들 찍느라 정신들이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이 많아진다.
선암사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은 상태에서 방문했다. 돌아와 정리를 하느라 찾아본 자료에 일주문이 내가 알고 있던 일주문이 아닌 다른 형태의 일주문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냥 무심히 지나친 해우소도 선암사에선 유명한 곳이란 사실을 알았다.
일주문은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해우소는 유명한 이유를 모르겠다. 절에서는 화장실을 해우소라 보른다는점만큼은 알았다. 그런 절에 있는 일반적인 해우소가 유명한 이유가 뭔지 확실하진 않다.
내가 생각해 본 결론은 옛날 방식에 퍼세식이라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재래식 해우소다 보니 방문자들이 없어 옆으로 수세식 화장실을 다시 만들었다고 한다.
아무튼 처음 방문한 비 오는 날에 선암사 궂은 날씨였지만 나에겐 힐링을 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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