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돌아와 몇 군데의 산성과 토성 그리고 읍성을 돌아다녀 보았다. 한국을 떠나기 전에도 10년 세월 넘게 토속장승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녔던 이력도 있다. 우리 문화 우리 것에 대한 생각이 남들보다는 조금 더 강한 듯하다. 다니면서 늘 생각했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찾아다녀 보아야겠다고. 그런데 늘 그렇듯이 뭐가 그리 바쁜지 차일피일 미루다 2024년 3월에 와서야 첫 목적지를 향해 출발한다.
일단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가까운 곳부터 찾아보기로 했다. 2년 전 연천에 있는 호로고루 토성을 찾아가 본 적은 있지만 그 외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이다.
일단 일산 주변에 있는 자료를 찾아본다. 그나마 자주 지나가던 김포 지역에도 산성이 몇 개 보인다. 요즘은 처음 방문지라고 해도 검색을 통해 쉽게 사전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예전에 비하면 정말 편리해졌다.
첫 번째 목적지를 김포에 있는 문수산성을 선택했다.
네비에 김포 문수산성이라 치고 출발한다. 집에서 약 한 시간 상당히 가까운 곳이다. 강화대교를 눈앞에 두고 우회전이다. 바로 오른쪽에 커다란 성문이 보인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문수산성 남문인듯하다. 그곳을 지나 계속 시키는 대로 간다.
네비가 말한다. 목적지 근처란다. 그런데 사방을 둘러보아도 산성 입구가 보이지 않는다. 차를 돌리려고 하니 또 다른 성문이 하나 있다. 북문이다. 성문을 보아 규모가 작지는 않을 듯했다. 중간에 차를 세웠다. 네비에 문수산성 주차장이라고 다시 입력했다. 그리고 또 가라고 하는 대로 간다. 갈수록 바보가 되어간다.
잠깐 가다 보니 주차장이다. 문수산 산림욕장 주차장이다. 매표소에 계신 분에게 문수산성 입구냐 물어본다. 맞다고 한다. 주차비는 하루종일 2000원이다. 부담 없는 가격이다. 대신 산성 입장료는 없다. 친절하게 안으로 좀 더 들어가 차를 세우고 조금 올라가면 된다고 한다. 얼마나 걸리냐 물어보니 왕복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란다. 시간으로 보아서는 만만치 않은 길 같다.
일단 차를 세우고 조금 올라가다 보니 커다란 안내판에 다양한 코스가 그려져 있다. 어디로 가는 게 좋을지는 모를 일이다. 안내판 바로 옆에 위로 길게 뻗은 계단이 있어 그리로 올라갔다. 아마 1코스 길 같다. 그런데 난리다. 계단이 가파르게 높다. 올라가도 가도 끝이 없다. 늘 평지만 걸어 다녀서 그런가 시작부터 숨이 차오른다. 선택을 잘못한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덮친다.
원래 산을 좋아하진 않았다. 올라가는 과정이 너무 답답해서 그랬다. 뻥 뚫린 바다나 들판을 좋아한다. 간혹 올라가는 산은 주변이 꽉 막혀 답답함을 느꼈다. 그러다 보니 자주 가질 않았다. 한국 와서 몇 군데 다녀본 산성은 그렇게 힘들지 않게 갔다. 그 생각만 가지고 온 문수산성이다. 그런데 이건 보통이 아니다. 문수산 높이가 376미터란다. 이걸 우습게 생각한 거다.
어렵게 첫 번째 계단을 올라왔다. 그리고는 계속 산길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것도 아니다. 잠깐잠깐 산길을 가다 계단이 연속 나온다. 한마디로 입구부터 정상까지 줄곧 계단으로 이어진 것이라 생각하면 맞을 듯하다. 아무 생각 없이 왔다가 낭패를 본다. 저질 체력의 한계다.
이른 시간은 아니지만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중간중간 만나는 분들의 나이 때가 나보다 많아 보인다. 나도 적은 나이는 아니다. 그런데도 잘들 걸어간다. 쓴웃음이 나온다. 나에 목적은 등산이 아니다. 올라가는 길에 산성에 흔적은 전혀 볼 수가 없다. 그냥 좁은 산길과 울퉁불퉁한 돌길 그리고 계단이다.
그래도 어차피 시작한길 포기는 할 수 없다. 한참 계단을 올라 숨을 몰아쉬고 가다 보니 헬기장이 나온다. 그러더니 산성에 흔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정상에 거의 다가와서부터 보인다, 여기서부터 정상까진 400미터 더 올라가면 된다. 복구공사를 해서 성벽에 색이 울긋불긋이다. 기존돌에 새 돌을 끼워서 작업을 한듯하다. 그래도 반가웠다. 우리 조상들에 삶에 흔적과 혼을 느끼는 듯 너무 반가웠다.
복원 공사를 하느라 고생했을 분들에 고마움도 함께 느낀다. 힘든 걸 잊고 정신없이 셔터를 누른다. 이 성이 가진 역사와 삶을 담을 수 있기를 바라면 정성스럽게 담아 본다.
아직도 정상은 아니다. 정상부분도 높고 긴 계단으로 만들어졌다. 이런 계단을 만드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해 보니 오르는 일이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았다.
정상에 오르니 문수산 정상을 알리는 선돌과 문수산성 장대지도 있다. 새로 신축한 듯 역사에 비해 너무 젊고 씩씩한 모습이다. 왼쪽에는 커다란 전망대가 자리를 잡고 있다. 그곳에서는 사방이 다 보인다. 펑 뚫린듯한 시원함이 올라오느라 힘든 과정을 싹 잊게 한다. 간혹 느끼는 거지만 이런 기분 때문에 산을 탄다고 생각한다. 다시 올 생각을 하지 못하게 구석구석 하나하나 높치지 않게 촬영을 했다.
문수산성은 조선 숙종 때 만들어진 산성이다. 조선말기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인 곳이기도 하다. 면적은 약 20만 평방미터 둘레는 2.. 4킬로라고 한다. 강화의 갑곶진을 마주 보고 있는 무수산의 험준한 줄기에서 해안지대를 연결한 성이다. 현재는 해안 쪽 성벽과 문루는 없어지고 산등성이를 연결한 성곽만 남이 있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내가 올라간 코스가 1코스이고 계단이 많은 곳이란다. 순간이 선택이 뭐 어쩌고 하는 말이 생각난다. 그런데 그곳이 가장 짧은 코스라고도 하니 잘 다녀온 샘이다.
촬영까지 하면서 돌아서 그런가 총 2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다리가 뻐근하다. 그래도 아주 실속이 있는 하루였다. 다음 코스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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