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에 오기 전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다. 바로 미국이 시작되었던 곳이다. Plymouth 다. 보스턴에서 남쪽으로 30~40분 정도 내려가면 나온다. 당연히 해안가다. 주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많은 관광객이 드나드는 지역이다.
이곳에 가면 처음 미국으로 넘어온 메이플라워호는 물론 Plymouth Rock 이란 바위도 있다. 이 바위는 1620년 영국 청교도를 실은 배가 도착해서 첫발을 내디딘 역사적인 바위란다. 초행길이지만 가는 길은 그렇게 힘들진 않았다.
동네 분위기가 관광지라는 느낌이 확 다가왔다. 많은 차와 사람들로 붐빈다. 조금 늦은 시간에 도착을 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당연히 메이플라워 호다. 일단 배를 보기 위해 입구로 갔다. 당연하지만 배로 들어가는 입장료를 받는다. 배를 타고 들어온 사람들이 처음으로 살았다는 농장을 둘러보는 투어도 운영 중이다. 시간도 늦었고 해서 일단 배만 둘러보기로 했다. 입장료도 만만치는 않았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매표소 앞에 Mayflower II라고 되어 있다. I도 아니고 II다. 짧은 생각으로 당시 배가 두 척이 들어오다 한 척이 고장으로 되돌아갔다 들은 기억이 있어 그중 한댄가 그렇게 생각을 해보았지만 영 기분이 찜찜했다.
배도 작았지만 주변 공간도 받은 돈에 비해 너무 어설플 정도로 작고 초라했다. 배 안에는 당시 사용했는지 아님 나중에 세팅을 했는지 여러 가지 도구들이 널려있다. 이 작은 배에 102명이란 인원이 어떻게 타고 왔는지 신기할 정도다. 배 여기저기에 당시에 복장을 한 사람들이 서있다. 그런데 표정들이 상당히 지겨워 보인다. 그러다 배 한 곳에 붙여있던 연도를 보았다 1957년 인지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분명 1950년대였다. 그래서 옛날 복장을 입은 한 사람에게 메이플라워호 II는 무슨 의미냐고 물었다. 당연한 듯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 이 배는 당시에 배는 아니고 나중에 만들어진 배중에 하나란다. 메이플라워호란 이름을 가진 배들이 많으며 미국 여기저기에 있다는 말을 했다. 내가 순진하긴 했나 보다. 아니 바보 같다는 생각을 했다. 400여 년 동안 그 배가 그냥 그 자리에 있을 거란 순진한 생각을 했으니 얼굴까지 달아올랐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메이플라워호는 그다음 해 영국으로 돌아갔단다. 그렇게 생각하니 입장료가 너무 비싼듯해 화까지 났다. 속았다는 기분에 동네 자체가 정이 떨어진다. 그래도 먼 곳까지 왔는데 화가 났다고 그냥 갈 수는 없어 대충 다른 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그나마 농장투어를 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Plymouth Rock이 있는 바위로 갔다. 배에 내린 사람들이 첫발을 디딘 바위란다. 그리스 양식 같은 건축물 안에 바위가 있다. 바위엔 1620이라고 새겨 놓았다.
한번 속으니 이것도 믿기진 않았다. 아무 돌에다 숫자는 넣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그냥 믿기로 했다. 시간이 늦어 박물관은 문을 닫은 상태라 Plymouth를 한눈에 볼 수 있을 것 같은 조금 높은 곳으로 갔다.
거기엔 거대한 동상 하나가 서있다. 인디언 추장이다. 이곳의 주명인 Massachusetts는 메이플라워호가 들어올 당시 이 지역 추장인 Massasoit의 이름을 따서 만든 지명이란다.
동상의 인디언 추장의 모습은 한마디로 위풍당당했다. 실물보다 크게 만든 건지는 몰라도 상당한 키에 강해 보이는 인상이 계속 기억에 남았다. 자신들의 땅이 지금 이렇게 변한 걸 본다면 기분이 어떨까 하면서 일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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