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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yeijiusa

미국 횡단 일주기 50 -뉴욕을 향해




오늘 날씨는 상당히 좋았다. 하늘도 파랗고 구름도 보기 좋게 떠있는 게 운전에 의한 피곤을 덜어 주고 코닥 박물관을 보지 못하고 온 섭섭함을 잊게 하는 듯했다.


뉴욕 주 고속도로는 평균 30마일 정도에 하나씩 휴게소가 있는 듯했다. 휴게소는 청결하고 사람도 많지 않아 편리했다. 그러나 뉴욕이 가까워 오자 조금씩 걱정되기 시작했다. 뉴욕에 대해 워낙 안 좋은 소리만 들었고, 지리도 잘 몰라 어디에 숙소를 정해야 할지 막막했기 때문이다. 혼자도 아니고 가족과 함께 온 터라 더욱 걱정이 되었다.


지난번 LA를 처음 방문했을 때도 그곳 지리를 잘 몰라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던 터라 더욱 걱정이 되었다. 일반 관광지나 조그마한 도시 같으면 별다른 걱정도 안 했을 것이다. 그러나 뉴욕이 어디인가?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고 위험한 요소가 많은 대도시 아닌가? 여차해서 길이라도 잘못 들어 위험한 곳으로 간다면 상당히 골치가 아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미국에서 살아보니 우리가 알고 있던 것처럼 그렇게 위험하진 않았다. 가끔 일어나는 총기 사건은 미국의 전체 인구나 크기에 비한다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고와 사건에 비해 그리 많은 편이 아닌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냥하고 순수하다. 그리고 뉴욕도 생김새는 다르겠지만 사람 사는 곳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별 문제는 없지만, 그러나 뉴욕만은 조금 예외였다. 지금까지 보아 온 뉴욕 관련 수많은 사진과 좀 안다는 사람들한테 들었던 말들이 워낙 삭막하고 위험한 곳이란 내용이어서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하게 되었다.


뉴욕에 사는 처남 친구가 도와준다고는 했지만, 그분도 나름대로 바빠서인지 약속이 이루어지지 않아 더욱 난감했다. 이민 생활이 다 그렇다. 한 달에 몇 번이라도 전 가족이 만나 같이 식사하기도 힘든 게 이민생활이다. 그런 와중에 아무리 친한 친구의 부탁이라지만 시간을 맞춰주기가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이해가 갔다. 그나마 고마웠던 것은 우리와 통화하기 전에 그렇지 않아도 형님한테 연락을 받고 맨해튼 중심가에 한인이 운영하는 호텔을 알아보니 성수기라 빈방이 없다고 했단다. 내일이나 되어야 빈방이 난다고 한다. 우리가 알아보겠다고 했지만 솔직히 답답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 그래도 그분이 알려준 호텔 전화번호로 혹시 하는 마음으로 다시 전화를 해보았다. 지금 당장은 그 방법밖에 없었다. 다른 곳을 알고 있지도 않았고 우리가 여행을 다니면서 자주 가던 체인 모텔들은 뉴욕이라 그런지 다운타운에서 많이 떨어진 외곽에 있었으며 가격도 상당히 비쌌다. 뉴욕이 워낙 넓은 지역이라 어디에 숙소를 정해야 짧은 일정에 많은 것을 볼 수 있는지도 몰랐고 카메라 장비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나올 수 있는 모텔을 찾아야 했다. 이런저런 생각에 정말 막막했다. 정말 빈방이 없다면 그 넓은 뉴욕에 어디로 가야 할지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전화를 다시 해보니 무슨 일인지 몰라도 조금 전까지 없다던 방이 있단다. 비록 스위트 룸만 남았다지만 나는 망설임 없이 바로 예약을 했다. 다행이었다. 단 하룻밤 숙박비가 열흘간 우리가 오면서 사용한 숙박비와 비슷하다는데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가족의 안전과 카메라 장비를 위해 조금 무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뉴욕에 오기 전 가장 걱정했던 것은 카메라 장비였다. 장비가 많다 보니 하루 이틀도 아니고 뉴욕에서 며칠을 묶을 예정인데 허술한 모텔은 위험할 것 같았다.


아무튼 뉴욕에 거의 다 와서 가까스로 호텔 예약을 마치고 조금은 편안해진 마음으로 운전을 했다. 고속도로에서 나와 Franklin Delano Roosevelt Drive라는 우리나라의 시 외곽 순환도로 같은 도로로 진입했다. 맨해튼으로 들어오는 길은 속된 말로 장난이 아니다. 웬 차가 그렇게 많은지 마침 퇴근시간과 조금 겹쳐서 그랬는지 서울은 비교도 되지 않는 듯했다. 도시의 첫 느낌은 무겁고 어두웠다. 질서도 없고 횡단보도 신호가 빨간 불인데도 막 건넌다. 도로에서는 양보도 없는 무질서 그 자체였다.


건물 색깔이나 모양도 밝지 않았다. 물론 아직 전체의 모습을 보지 않았지만 첫인상이 그랬다. 상당히 어둡고 침침하다. 뭔가 무거운 것이 시 전체를 짓누르고 있는 듯했다.


힘들게 숙소인 호텔 앞에 도착했다. 호텔 앞에 와보니 맨해튼 중심가다. 엄청나게 높은 건물들이 하늘을 가리고 있어 도시 전체가 어둡게 느껴진다. 들어올 때 느꼈던 뭔가 짓누르고 있다는 느낌이 이래 서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 주변은 맨해튼 한인타운이었다. 한인 상점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체크인을 하고 주차를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봤더니 호텔에 주차장이 없단다. 길 건너 주차장에 세우면 조금 할인이 된다고 아주 자랑스럽게 말을 한다. 죽을 맛이다. 이래저래 돈이다. 역시 도시는 살기가 힘들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호텔이 한국사람이 가장 많이 찾는 호텔이란다. 우리같이 다른 주에서 왔던 한국에서 왔던 그런데 호텔에 주차장이 없다니 말이 되질 않았다. 호텔 객실료 이외에 주차 비도 손님 부담인 것이 정말 이해가 되질 않았다. 기분이 많이 상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처럼 차를 가지고 오는 손님은 그렇게 많지 않은 듯했다. 한국에서 오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거의가 자기 차를 가지고 오지 않는다. 다른 주에서 오는 사람들도 대부분 비행기를 이용해 뉴욕으로 온다. 호텔에 오기까지 택시를 이용한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주차장도 필요 없다.


우리처럼 미국 서쪽 끝에서 오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서쪽 끝이 아니더라도 차로 여행을 하는 한국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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