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날씨가 푹푹 찐다. 지난밤 정리할 게 있어 평소보다 조금 늦게 잤더니 아침에 일어나는 데 몸이 천근만근이다. 좀 무리하게 움직였더니 몸과 마음이 처지는 것 같다. 뉴욕에 삼각대를 두고 온 후론 짜증만 나니 큰일이다. 오늘은 그렇게 유명하다는 플로리다 해변을 보고 올랜도로 가서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시 월드를 둘러보기로 했다.
물론 아이들을 위한 일정이지만, 작년 아이들의 봄방학 때 LA에 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디즈니랜드 등을 보고 내가 반해 애들을 위해 서란 핑계로 간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모텔에서 나와 아침을 먹으러 맥도널드로 갔다. 아침을 사 들고 시간을 아끼느라 운전을 하면서 먹기로 하고 출발을 했다. 맥도널드 아침은 여행을 다니면서 가끔 먹는데 다른 곳보단 먹을 만했다. 그런데 이번 여행 중 두 번째로 먹는 맥도널드 아침이 엉망이었다. 빵도 질기고 모든 게 수준이 하였다. 플로리다는 어제부터 인상이 좋지 않았다.
데이토나(Daytona)란 해변으로 갔다.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 온도는 약 39도 정도다. 밖의 기온이 후끈후끈 찐득찐득하다. 안개가 짙게 낀 해안의 모습이 꽤 아름답게 보였다. 날씨만 덥지 않다면 상당히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해안 주차료(입장료) 5불을 내고 모래사장으로 들어갔다. 엄청나게 뜨거운 햇빛 아래서 많은 사람들이 일광욕을 한다. 얼마나 태웠는지 모두들 구릿빛이다. 우리는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데 아무튼 대단한 사람들이다. 차에서 내려 아이들을 물가에서 놀게 하고 사진을 찍는데 모래가 너무 고왔다. 역시 듣던 대로 플로리다 해안이란 생각이 든다.
시간을 너무 지체하면 올랜드로 넘어갈 시간이 늦어질 것 같고 날씨 또한 너무 더워 아이들이 걱정되기도 해서 마이애미 해변에서 제대로 촬영을 하기로 하고 떠날 준비를 했다. 아이들은 수영복도 안 입고 바다 깊이 들어가 놀아서 옷이 다 젖었다. 해안가에 변변한 샤워시설이 안 보여 마시는 물로 대충 씻기고 그곳을 나왔다. 그런데 나오다 보니 입구에 샤워를 할 수 있는 시설이 좀 어설프지만 보였다. 아차 싶었지만 할 수 없었다.
올랜도 거의 다 와서 너무 피곤하고 졸음이 쏟아져 집사람하고 운전을 교대하고 조수 석에 앉자마자 또 바로 잠들었다. 약간 소란한듯해서 눈을 떠 보니 올랜도에 다 들어왔다. 졸린 눈에 비친 올랜도의 모습은 위락을 목적으로 건설된 계획된 도시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시 전체가 놀이기구들로 꽉 찬 듯하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시내에 돌아다니는 사람의 대부분이 남미 계통 사람들이었다. 물론 이곳이 스페인 지배를 받은 지역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좀 심하다 할 정도였다. 간혹 흑인들도 있었지만 우리 같은 동양 사람과 백인은 그렇게 많이 눈에 띄지 않았다. 들리는 말도 영어는 없고 대부분 스페인어였다.
조만간 미국의 국어가 하나 더 늘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스페인어는 미국 내에서 지금도 대부분 허용되고 있는 공공연한 제2의 언어다. 공공기관은 물론 많은 곳에서 스페인어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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