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에 본 고래쇼 말고는 시 월드도 기대 이하였다. 샌디에이고에 있는 시 월드를 가 보지 않아 잘은 모르겠지만 이곳 시 월드도 유니버설 스튜디오처럼 입장료에 비해 모든 게 그저 그랬다. 물개 쇼, 돌고래 쇼 등 일반적인 내용이 전부다. 놀이기구도 두 개 정도밖에 없고, 여러 가지로 플로리다는 우리에게 실망만 안겨준다.
올랜도에 있는 디즈니월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라 들었는데 우리는 그냥 통과하기로 했다. LA에 있는 디즈니랜드를 가보기도 했고, 그곳 또한 뻔할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서기도 했다. 게다가 놀면서 사흘을 보내기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 이도 예지와 도희가 이해를 해준다.
마이애미로 너무 늦게 출발하여 계획된 일정을 소화하기 어려울 듯했다. 플로리다에 들어오면서, 한여름이고 많은 사람이 몰리는 휴가철이라 혹시 방을 못 잡을까 봐 며칠 전부터 미리 예약을 하고 다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지역 성수기는 봄이라고 한다. 여름은 너무 더워 사람들이 기피하는 모양이다. 7-8월에는 허리케인도 자주 몰려오고, 그것도 모르고 우리는 신이 나서 왔으니 사전정보 부재로 많은 고생을 했다.
아무튼 모텔을 미리 예약한 관계로 마이애미 정반대로 돌아가야 할 지경이 되었다.
원래 플로리다 아래 부분을 다 돌아보고 올라오는 길에 머물 장소로 예약을 했던 곳인데 난감하게 된 것이다. 예약 취소는 안 된다고 모텔 측에서 못을 박아둔 상태라 안 가면 돈만 날리게 된다. 그래도 가는 데까진 가보자고 마미어미 방향으로 계속 내려갔다.
버지니아 주에서부터 고속도로 통행료를 받지 않았다. 그런데 플로리다에 오니 또 돈을 받는다. 그것도 중간중간 찔끔찔끔 받는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된 간단한 장비가 짜증과 피로를 풀어주기도 한다.
플로리다는 날이 덥고 습하다 보니 날벌레들이 굉장히 많다. 도로를 달리다 보면 수많은 벌레들이 자동차 앞 유리에 부딪혀 죽는다. 밤에는 더욱 심하다. 벌레 부딪히는 소리가 우박 떨어지는 소리와 비슷하다. 워셔액으로 닦아도 잘 지워지질 않는다.
그런데 이곳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앞 유리만 자동으로 세척을 해주는 장비가 마련되어 있어 죽은 벌레도 제거하고 더위로 인해 가열된 열도 식혀주는 역할을 해준다. 신선한 아이디어에 금방 짜증도 없어지는 듯했다.
그러다 바로 휴게소를 나와 고속도로로 진입만 하면 또 짜증이 난다. 이곳 사람들은 운전 중에 끼어들기를 하면서도 대부분 깜빡이를 켜지 않는다. 추월은 밥 먹듯이 하고, 난폭운전들을 해서 그런지 플로리다에 들어와서 사고를 많이 목격할 수 있었다.
남미 계열 사람들이 많이 살아서 그럴까? 정말 지금까지 알고 있던 일반적인 미국과는 너무 틀린 모습들을 이곳에 와서 보았다.
오다 보니 시간이 너무 늦었고 마이애미까지 가기는 시간이 부족한 것 같아 할 수 없이 마이애미 바로 근처에서 반대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예약한 모텔로 가는 도로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지평선을 볼 수 있었고, 이곳에 습지가 많다던 말을 실감할 정도로 주변이 온통 습지로 이루어져 색다른 인상을 준다.
약 두 시간가량을 달려 저녁 9시에 예약한 모텔로 들어왔다. 도로에서 한참 안쪽에 있는 모텔이라 찾는데 조금 힘들었다. 지금까지 숙박한 모텔들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시설도 좋아 마음에 들었다 아이들도 좋아한다. 인터넷도 무료로 쓸 수 있어, 특히 예지가 너무 좋아했다.
밥을 먹고 예지가 인터넷을 하러 모텔 오피스로 가자고 해 확인할 것도 있고 해서 같이 갔는데, 불행하게도 그곳 컴퓨터에는 한글 지원이 되질 않아 메일 확인이나 기타 다른 이용을 하지 못했다. 노트북을 가지고 있다고 모텔 오피스에 말을 하니 랜 코드를 연결해 보라고 선을 하나 준다. 그러나 그것도 안 된다. (당시까지만해도 미국 인터넷은 형편 없었다)
확인할게 많은데 조금 걱정은 되었지만 모르는 게 약이라고 나중에 집에 가거나 올라가는 길에 LA에 들러 확인해 보기로 했다. 예지는 신이 나서 자신의 메일을 확인한다. 오래 하고 싶어 했지만 내일 일정도 있고 해서 재촉해서 방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오늘도 변변한 사진 한 장 못 찍고 잠을 자려니 마음이 답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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