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이 상당히 근사했다. 가족들 모두가 좋아했다. 식당도 야외에 마련되어 있어 색다른 분위기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다른 모텔보다 식사 시간이 늦어 8시 30분에 모텔을 나와 다시 마이애미 쪽으로 출발했다.
US 41번 도로를 타고 내려가는 길은 어제 들어왔던 I-75에 비해 길은 좁았지만 그런대로 분위기는 있었다. 양쪽에 보이는 수로 같은 곳에 나무들이 있다. 이런 습지대는 대부분 평야처럼 넓었다. 물은 맑았고, 군데군데 낚시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어제 들어올 때도 지평선이 보이는 아주 넓은 곳이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지평선은 마음까지 시원하게 해 준다.
마이애미까지 다시 돌아가는 것은 많은 고민을 한 후 결정한 일이었다. 온 길을 다시 돌아간다는 것은 멀리 촬영을 나와 결정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곳까지 와서 볼 것을 보지 않고 간다면 계속 찝찝할 것 같았다. 차라리 조금 돌고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있더라도 들여보고 가는 게 나을 듯해서 하루 더 머물기로 했다.
로체스터의 코닥박물관과 뉴욕현대미술관을 보지 못하고 온 게 계속 마음에 걸리는 것도 이런 결정에 도움을 주었다. 그런데 가는 길이 생각처럼 가깝지는 않았다. 군데군데 공사하는 곳이 많아 속도도 느리고 마이애미에 들어와서는 표지판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한참을 헤매다 겨우 해변에 도착했다.
처음 마이애미에 왔을 때는 마미애미시(Miami City) 옆에 해변이 있을 것이라 생각을 했는데, 도착을 해보니 마이애미 시와 마이애미 비치 시(Miami Beach City)가 따로 있었다. 마이애미 시는 그냥 일반 도시 같았지만, 마이애미 비치 시는 입구부터 돈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고급 휴양도시처럼 보였다.
워낙 많이 들어온 터라 상당한 기대를 하고 해변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았지만 쉽지가 않았다. 우리나라 해변처럼 해수욕장 입구가 별도로 있는 게 아니라 해안가 중간중간에 해변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었다. 그러나 처음 온 사람들이 찾기는 힘들 것 같았다.
물론 고급 휴양시설이 갖추어진 호텔 등에 숙박하면 바로 앞이 해변이라 우리처럼 해변을 찾으려고 고생할 필요는 당연히 없다. 길을 돌다 공영주차장이 보여 차를 세우고 주차비를 지불하고 해변으로 걸어갔다. 막상 도착한 해변은 상상했던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우리말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 긴 해변이 있기는 했지만 밀려온 해초로 모래사장은 지저분했고, 쓰레기통엔 오물이 넘쳐 불결하기까지 했다.
또 은근히 기대했던 영화에서 본 것처럼, 글래머나 비키니 차림의 여인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날씨는 어제보단 덜 더웠지만 그래도 상당히 무더운 날씨였다. 습기도 많고 바닷물도 너무 미지근해서 시원한 맛은 전혀 없었다. 옥 빛의 바닷물과 하얀 백사장이 보기에는 상당히 아름답게 보였지만 날씨가 그렇게 좋지 않아 색감이 잘 살지는 않았다.
정말 한여름이 비수기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기온이 좀 떨어지는 계절에 보면 정말 멋있을 것 같아 보였다.
아이들을 바닷물에서 놀게 하고 주변을 돌면서 사진 촬영을 몇 장하고 앉아서 쉬다가 우리가 들어간 해변이 진짜 마이애미 해변인가 싶어 다른 곳을 몇 군데 더 돌아보았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인 것 같다. 미련을 버리고 마이애미를 빠져나와 플로리다 최남단에 있는 키 웨스트(Key west)로 향했다. 그곳은 주변 풍경도 아름답지만 세계에서 가장 길고 아름다운 다리가 있다고 해 은근히 기대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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